이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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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영암문화원 댓글 0건 조회 1,256회 작성일 23-04-06 15:46본문
영암출신 이철수 시인
“천지 곤한 밤에 어련히/문지방 넘어 치런치런한 달빛/잠긴 문을 스르르 열고 들어와 금침衾枕을 펼 때/잠 없는 두견이 어둠의 앞섶을 풀어놓는다//마알갛게 몸 벗는 달의 숨소리/얼음같이 투명한 저, 환幻의 자웅동체//부르르 몸을 떠는 백일홍/붉은 꽃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사태/환한//빛의 혼례의 시간 - 작품 ‘달밤’ 中
이철수(사진) 시인의 시집 ‘반달 표류기’(현대시학刊)가 출간됐다.
시인은 첫 시집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에서 현대인의 삶과 존재를 상처, 아픔, 그리움, 고통 등의 언어로 이끌어냈고 이후 ‘무서운 밥’에서 살아내기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과 희망을 놓지 않는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사물이 가진 힘과 아름다움의 회복력을 보여준다.
시집은 표제작인 ‘반달 표류기’를 포함해 총 63편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시인의 가장 큰 특징인 견결한 이미지가 담긴 시집이다.
시구에서 보여지는 생생한 이미지들은 사물들에 부여된 낡은 인식과 상투화된 관념을 걷어내고 사물이 가진 원래의 힘과 아름다움을 다시 회복하게 만들어 준다. 시가 간결한 언어를 통해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사유의 깊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함축의 힘 때문이다.
표제작인 ‘반달 표류기’에서 시인은 자신의 아버지의 삶과 이 땅의 역사적 현실을 연관 짓는다. 죽음을 눈앞에 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아버지의 삶에 각인된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있다. 이 땅의 민초들이 겪었을 갖은 고초와 고통이 늙고 병들어 ‘푸석푸석한 아버지’의 몸에 배어있음을 본다. 그가 겪은 세월은 ‘도돌이의 엄동설한’이었다는 것이다. ‘피멍이 들고 시퍼런 혹등이 자라고 팅팅 불은 아버지’의 육신은 이제 달이 돼 아버지를 영원한 곳으로 데려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은 시집 해설을 통해 “흔히 시인을 곡비로 비유한다. 남의 슬픔을 대신 울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하지만 슬픔을 말하고 있지만, 시인은 결코 울지 않는다. 슬픔을 떠올리는 또는 슬픔이 배어있는 사물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며 “시인이 곡비가 되는 것이 아니라 시인이 사물들로 하여금 곡비가 되도록 만들고 있다. 이래야 진짜 시인이다. 그 시인이 바로 이철수 시인이다”고 밝혔다.
한편, 이철수 시인은 영암 출생으로 1998년 계간 ‘문학춘추’에서 신인상으로 등단, 문단에 이름을 알렸으며 2012년 ‘문학세계’ 신인상으로 시작 활동을 본격화했다. 시집으로 ‘벼락을 먹은 당신이 있다’, ‘무서운 밥’이 있다.
출처 : kjdaily.com/1680426383598898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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